많은 사람을 태우고 출렁이는 바다를 건너던 배가 갑자기 불어오는 거센폭풍우를 만났다. 비바람에 흔들리던 배는 그만 뒤집히려는 듯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배안에 타고 잇던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삽시간 배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햇다. 서로몸을 밀치고 넘어지고 구명조끼를 차지하려고 뒤엉켜 몸싸움을 했다.

그런데 그중 노인 한사람은 한쪽배 귀퉁이에서 무릎을 꿇고 아주 평화로운 얼굴로 기도를 드리는게 아닌가? 사람들이 의아해 하며 그에게 물었다. 지금 배가 뒤집혀 다 죽게 되었는데 당신은 두렵지 않냐고 물었다.

그 노인이 미동도 없이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요, 나에게는 딸이 둘 있습니다. 큰딸은 몆 년전에 잃고 지금은 작은딸을 찾아가고 있는 길입니다. 만약 이 배가 뒤집혀 죽게 되면 천국에 있는 큰딸을 먼저 만나게 될것이고, 다행이 배가 무사히 항구에 닿게 되면 작은딸을 먼저 만나게 될것입니다. 이런 만남의 소망을 가지고 있으니 두려울게 없군요."

부산스럽게 배 안을 우왕좌왕하며 서로 구명조끼를 차지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에 앉아 두손을 모으기 시작했다.